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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의 늪과 규제 변화, CRO는 두 개의 시험대에 섰다

임상시험 지연으로 주춤한 CRO, 전공의 복귀가 미칠 영향은?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CRO)들은 지난 2023년부터 유례없는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CRO 10곳 중 7곳이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등, 재정적 압박이 상당합니다. 코아스템켐온(107억 원), HLB바이오스텝(69억 원), 디티앤씨알오(55억 원) 등이 특히 큰 손실을 보았으며, 우정바이오를 제외한 6개 기업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매출 감소도 두드러집니다. 우정바이오는 작년 상반기 대비 30% 감소한 154억 원, 코아스템켐온은 25% 줄어든 116억 원, 현대ADM은 15% 감소한 4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약가제도 개편 이후 생동성시험 감소에 이어 발생한 장기적인 의료 대란입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병원 기능 마비는 임상시험 지연으로 직결되었고, 2022년 1,011건, 2023년 1,018건이던 신규 임상 승인 건수는 지난해 944건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이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1,000건 미만을 기록한 수치입니다.

최근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면서 CRO 업계에는 실적 반등의 기대감이 싹트고 있습니다. 지연되었던 임상 과제들이 하반기부터 속도를 내고, 국내 임상 인프라 안정화가 해외 제약사들의 발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러나 임상 비용 상승과 제약바이오 업계의 R&D 전략 재편(핵심 과제 집중)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CRO 기업들의 완전한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상존합니다.

CRO와 바이오시밀러 규제 변화의 양면성

의료 대란이라는 당면 과제 외에, CRO 업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바로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의 임상 규제 완화 논의입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질리언 울렛 상무는 ‘2025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에서 비교 임상 효능 시험(CES) 생략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이미 충분한 과학적 데이터와 실제 사용 경험이 쌓인 만큼, CES가 불필요한 개발 지연과 막대한 비용(통상 1,000억 원 이상)을 초래한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2020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부터 바이오시밀러 임상시험 최소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도 CES 필요성 판단 프레임워크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이러한 규제 완화가 현실화될 경우,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간은 1~2년 단축되고, 비용은 수천만 달러에서 최대 2억 달러까지 절감될 수 있어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의 효율성 증대와 환자 접근성 확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이는 CES 수행을 주요 수익 모델로 삼아온 CRO 기업들에게는 양날의 검입니다. 임상시험 규모 자체가 축소될 경우, 기존 수익 구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CRO의 새로운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바이오시밀러 임상 규제 완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CRO 기업들은 단순한 임상 대행을 넘어선 전략적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CES가 생략되더라도 약동학(PK), 면역원성 평가 등 고도화된 전문성을 요구하는 임상 단계는 여전히 필수적입니다. CRO 기업들은 이러한 분야의 전문성을 심화하고 차별화된 역량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세포·유전자 치료제(CGT)나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과 같은 신기술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이 중요합니다. 이들 분야는 기존 임상과는 다른 접근 방식과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CRO 업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이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CRO 업계는 의료 대란의 후유증을 극복함과 동시에 바이오시밀러 임상 규제 완화라는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지향적인 전략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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