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APEC 정상회의에서 AGI와 같이 기존 바이오 전략 기술화를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기술이 곧 외교의 기반이 되는 ‘기술 초강대국’만 할 수 있었던 질서를 제시했다. 이번 회의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매개로 국가 간 관계를 재구성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방점이였다. 한국은 APEC이라는 다자 무대 위에서 기술 산업의 모방-발전 국가에서 기술 질서를 설계하는 허브 국가로의 도약을 바라보고 있다.
이전까지 바이오(특히, 의약품)는 “마이너 리그”로 다뤄졌지만,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신약 개발에 있어, 외교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렸다. 가장 명확한 신호 중 하나는 한미 간 기술 협력 논의였다. 양국은 AI·바이오·양자·우주 등 4대 전략기술 분야에서 공동협력 확대를 추진하며, 연구·규제·데이터·인력 교류를 포괄하는 기술 협력 프레임워크를 구체화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단순한 기술 파트너가 아니라, 공급망 안정과 기술 표준의 동시 구축을 담당하는 전략 기술동맹의 핵심 노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신뢰 기반의 기술외교는 단순한 통상 접근을 넘어, 국가 간 기술정책의 일관성과 데이터 접근 체계를 조율하는 규범 외교(regulatory diplomacy)로 전환되었다.
한중 정상회담은 또 다른 형태의 기술 외교를 보여주었다. 한국은 동일한 기술 어휘를 사용하면서도, 상호보완 수평적 분업 체계를 강조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 AI, 바이오의약품 및 실버경제 협력 강화를 명시하며, 중국의 임상 네트워크와 한국의 정밀의료·AI 신약개발 기술을 결합하는 협력 모델을 논의했다. 특히 FTA 2단계 협상을 디지털헬스와 바이오 서비스 무역으로 확장하면서, 제조 중심의 교역 구조를 데이터·서비스 기반 산업으로 이동시키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접근은 기술의 이전이 아닌 데이터의 상호 신뢰성과 임상 절차의 호환성 확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통상 패러다임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외교적 전환은 산업 현장에서 이미 구체화되고 있었다. APEC 경제전시장은 그 상징적인 실험장이었다. 의료영상 AI, 신약개발, 공정 자동화 등 여러 분야의 기술이 등장했지만, 공통점은 제품의 기술력보다 ‘데이터 표준화와 접근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었다.
1. 루닛(Lunit)은 AI 영상진단 플랫폼을 통해 각국 의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공유하는 시연을 선보였으며, 이는 AI가 의료 불평등을 완화하는 정책 도구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2. 신테카바이오(Syntekabio)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신약설계 플랫폼을 공개하며, 국가 간 임상 데이터 공유와 협력형 신약개발 체계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3. 마이크로디지탈(MicroDigital)은 AI 제어형 일회용 바이오리액터 셀빅(CELBIC)을 선보였는데, 이는 바이오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보정하여 자동화·표준화된 생산 환경을 구현하는 기술이었다.
이 기술들은 산업 경쟁력이 아니라, 국제 협력 인프라의 언어로 작동하는 기술 규범의 실체를 보여줬다.
정상회의 이후 기업들의 행보는 외교적 합의를 산업 성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1) 루닛은 글로벌 제약사 및 AI 기업들과 AI 의료영상 표준데이터셋 구축 협의를 시작했고, (2) 신테카바이오는 WHO 협력센터와 유럽 제약사들이 참여하는 AI 신약설계 국제공동연구소 설립을 추진했다. (3) 마이크로디지탈은 호주 CDMO 기업과 AI 리액터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해, 바이오 제조 표준의 글로벌화를 구체화했다.
한편, SD바이오센서 등 수출기업들은 국가별 인증기준 불일치로 인한 공급 지연 문제를 공식 제기했고, 이에 따라 복지부는 HLMHE 공동성명에 AI 헬스 표준화 및 책임성 프레임워크 공동연구 조항을 추가했다. 이는 기술 협력이 단순한 연구 수준을 넘어, 국가 간 규제와 표준의 조화라는 제도적 차원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APEC 2025는 한국이 기술을 통해 외교의 문법을 재작성한 사건이었다. 기술협력 프레임워크는 신뢰의 언어를 만들었고, AI 융합은 산업의 작동 원리를 재정의했으며, 기업들은 이 새로운 규범을 실제 협력 구조로 전환했다. 바이오는 더 이상 산업의 하위분야가 아니라, 국가 위상과 기술 정체성을 규정하는 외교 언어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이제 기술의 수용자가 아니라, 데이터·표준·윤리의 규범을 제시하는 설계자로서 세계 기술질서의 중심을 재정의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