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성학 및 신약 개발 분야는 유럽연합(EU) 등의 동물실험 전면 금지 조치와 맞물려 윤리적, 과학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in chemico(화학적), 다중 모달 in vitro(체외) 모델, 그리고 장기 모사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대체 시험법이 연구원들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1. 컴퓨터 독성학(Computational Toxicology)과 AI/머신러닝의 진화
방대한 화학물질에 대한 독성을 동물실험으로 전부 평가하는 것은 물리적, 윤리적으로 불가능하며, 컴퓨터 독성학이 그 대안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 글로벌 독성 예측 프로젝트 (Tox21 & AI-SHIPS): 미국 NIH, EPA 등이 주도하는 Tox21 프로젝트는 1만 여개의 화합물을 대상으로 초고속 스크리닝(Ultra-HTS)을 진행하여 핵 수용체 및 스트레스 반응 경로 기반의 AOP(Adverse Outcome Pathway)를 분석해 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챌린지에서는 정밀 선택 랜덤 포레스트(precise-selection random forest) 등의 머신러닝 기법이 미토콘드리아 막 전위 교란 물질 예측에서 0.95라는 높은 AUC(곡선하면적)를 달성하며 화학 구조만으로도 우수한 독성 예측이 가능함을 증명했습니다.
- 반복투여 독성 예측 모델 구축: 일본의 AI-SHIPS 프로젝트는 간독성, 혈액독성, 신장독성에 대한 무관찰작용량(NOEL)을 예측하기 위해 40년간 축적된 in vivo 동물실험 데이터와 분자 구조, 생리학적 인자(PPAR, FXR, p53 등)를 융합한 AI 예측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이는 향후 안전성 평가 비용과 기간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2. 피부 감작성 및 자극성 스크리닝을 위한 In chemico 및 체외 모델 발전
피부 감작성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은 단백질과 결합하는 합텐화(Haptenization) 과정을 거치게 되며, 이를 모사한 다양한 in chemico 및 in vitro 평가법이 최적화되고 있습니다.
- 고효율 Spectro-DPRA 평가법: 기존의 DPRA(Direct Peptide Reactivity Assay)가 값비싼 HPLC 장비를 요구하고 샘플 처리 속도에 한계가 있었던 반면, 96-well 플레이트를 활용한 Spectro-DPRA가 새롭게 도입되었습니다. 시스테인과 라이신 펩타이드의 고갈률을 각각 DTNB의 흡광도 및 플루오레스카민(fluorescamine)의 형광 반응을 통해 동시 측정하는 이 기법은 KoCVAM이 주도한 실험실 간 검증 연구에서 85%의 우수한 재현성과 높은 피부 감작성 예측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 글루타티온(GSH) 기반 분광광도 측정법: 고가의 합성 펩타이드 대신 내인성 소분자인 GSH를 전자 공여체로 활용하여 피부 감작성 물질을 스크리닝하는 경제적인 in chemico 모델 또한 개발되었습니다.
- 표피 모델(RHE) 및 Ex vivo 대체 모델: 피부 자극성 평가를 위해 재조합 인간 표피(RHE, 예: Keraskin)가 OECD 가이드라인으로 승인받았으나, 인체 피부와 두께 및 구조적 유사성이 가장 뛰어난 돼지 피부(Ex vivo pig skin) 모델이 경제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단, 인간 특이적인 장벽 단백질(FLG, CLDN1, CDH1)의 발현 여부 등을 고려하여 목적에 맞는 모델 선택이 요구됩니다.
3. 호흡기 흡입 독성 모델링: ALI(Air-Liquid Interface) 배양 시스템
동물 호흡기계의 해부학적, 생리학적 차이로 인해 동물실험 결과를 인간에게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 공기-액체 계면(ALI) 배양법 도입: 인체 호흡기 상피세포인 A549와 Calu-3 세포주를 ALI 환경에서 배양하여, 실제 인간 호흡기 상피의 물리적 장벽 기능과 형태를 보다 생리학적으로 완벽하게 모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이를 통해 소독제 성분인 염화벤잘코늄(BKC) 등을 에어로졸 형태로 분무하여 급성 세포 파괴를 피하면서도 실제 노출 환경(0.3–9 µg/cm2)에 부합하는 정교한 농도-반응 곡선과 흡입 위해성 평가 지표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4. 신경 발달 독성(DNT) 및 약효 평가를 위한 신경 오가노이드(Neural Organoids)
인간 중추신경계(CNS)는 발달 단계에서 독성에 특히 민감하지만, 종간 차이로 인해 2D 배양이나 동물 모델로는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 인간 뇌 발달 및 질병 모사: 인간 전능성 줄기세포(hPSC) 기반의 3D 신경 오가노이드 기술은 뇌의 미세환경과 복잡한 세포 간 상호작용을 체외에서 재현합니다. 특히, 이중 SMAD 억제(TGF-β/BMP) 등을 통한 ‘유도(Guided) 배양법’은 전뇌 등 특정 뇌 영역을 정밀하게 모사할 수 있어 신경 독성 스크리닝에 적합합니다.
- 기능적 신경망 분석 (MEA 활용): 발달 후기 단계의 신경회로 이상이나 발프로산(VPA)과 같은 약물이 유발하는 신경관 결손(NTD) 모델링에도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국소장전위(LFP)와 신경 스파이크를 다중 전극 어레이(MEA)로 3차원 기록함으로써, 형태학적 변화를 넘어선 기능적 전기 생리 신호 기반의 독성 평가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